이틀동안 비가 내리더니 유난히 맑은 구름빛과 하늘빛을 가진다. 그리고 짧은 순간 하늘을 갈라 결을 만든다. 왠지 하늘을 내려다보는 느낌이다.
우리가 살아온 터에 그렇게 세겨진 세월의 표식. 어쩌면 강한 의지를 담은 큰칼을 꽂아놓은듯 느껴지고, 또 어쩌면 이 땅에 그렇게 힘들게 살아가다 숨져간 이들을 기리기 위한 표식을 세워놓은듯 하다. 그렇게 한낮에 논바닥에 세겨진 그 숨결을 바라본다.
흐트러지듯 떨어져 쌓인 낙엽들위를 가로질러 그곳에 뿌리를 내리고, 환한 초록빛 우산을 펼친다.
바람결은 물결을 타고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투영된 빛결이 물결을 나눈다. 그렇게 결의 마디를 만든다.
한순간 쨍하는 빛처럼 그렇게 가슴속 깊은 곳, 그곳에서 울림이 퍼져온다. 그렇게 강한 한순간의 터짐과 함께 잔잔히 스며들어 조용히 머물듯 사라져간다.
순수함과 화려함을 뒤로 한채 짧은 시간을 보내고 미련없이 그 모든걸 벗어버린다. 그리고 추한 듯한 모습이지만 온통 바닥을 가득 채워버린 모습인 왠지 또 다른 느낌의 아름다움을 준다. 그렇게 마지막을 장식하고 다음 생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