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바람에 살얼음이 얼어가듯이 그렇게 가을이 흐려져간다.
가을향을 머금은 낙엽들이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듯이, 그렇게 찐한 액기스가 만들어지는듯 하다. 그렇게 가을향이 녹아들어간다.
비가 옵니다. '가을비'라고 해야할지 '겨울비'라고 해야할지. 아침에 얼음이 두세번 얼었으니, '겨울비'라고 해야겠지. 어쨌든 비오는 날의 운치가 느껴진다.
조금만 더 열받으면 순간 끊어져버릴지 모른다. 점점 더 가늘어져가다가 언젠가는 뚝! 하고 끊어지겠지. 그렇게 오늘 하루도 겨우 견디고 있다.
그렇게 한낮의 하늘을 보며 밤하늘 같은 어둠에 빠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