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오기전에 마지막 푸르름을 즐긴다. 한참 단풍놀이에 객들이 몰려다니는 시기에 나무들이 마지막 생존을 위한 선택으로 발하는 화려함을 즐길수 없다. 결국 난 가게 주위의 화단에서 아기자기한 작은 생명체의 아름다움에 갇혀있다.
가을색이 녹아들어 사라져간다.
며칠동안 흐린 날씨에 찬기운이 가득차더니 오늘은 햇살이 조금 비친다고 양지바른곳은 온기가 돈다. 그래, 아직은 그래도 가을이라고 느끼고 싶다. 아니 분명 아직도 가을일꺼다.
몇일전에 바람과 함께 비가 내리더니, 코스모스가 맥없이 쓰러지고 꽃잎마저 처량하게 떨어져갔다. 이제 코스모스도 지고 가을도 점차 깊어져만 간다. 요즘엔 쓸쓸함 보다는 시리고 차가운 청량감이 든다.
추운 겨울바람에 살얼음이 얼어가듯이 그렇게 가을이 흐려져간다.
가을향을 머금은 낙엽들이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듯이, 그렇게 찐한 액기스가 만들어지는듯 하다. 그렇게 가을향이 녹아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