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쌓여가듯이 가지가지마다 그날의 숨결을 기록한다. 온몸의 모세혈관을 흐르듯이 그 기억이 고스란이 흐르고 있다. 어딘가에는 모든게 기억되고 기록된다. 그렇게 고목은 역사가 된다.
오랜 기다림 끝에 피어나 짧은 시간동안 그 숨결만을 남기고 떠나간다. 새하얀 순백의 모습으로 기억속에 남겨진다.
숲은 항상 숨쉬고 있지만 눈으로는 볼 수 없다. 만약 우리에게 숲의 숨결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아마 잔잔한 흔들림처럼 서로의 공간을 타고가는 작은 떨림이 되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우리가 살아온 터에 그렇게 세겨진 세월의 표식. 어쩌면 강한 의지를 담은 큰칼을 꽂아놓은듯 느껴지고, 또 어쩌면 이 땅에 그렇게 힘들게 살아가다 숨져간 이들을 기리기 위한 표식을 세워놓은듯 하다. 그렇게 한낮에 논바닥에 세겨진 그 숨결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