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야가 너무 탁하다. 눈앞에 보이는 전망은 시원하게 탁트인 형세인데, 마치 허옇게 분칠을 한듯이 그렇게 흐릿하고 탁하다. 바람은 매섭게 불어치는듯 소리는 요란스러운데, 눈앞에 뿌려진 탁함만은 날려보내지를 못하는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지금 탁한 세상에 살고 있다.
입춘이 지나 갈수록 포근해지든 날씨가 갑자기 시샘을 하기 시작했다. 매섭고 차가운 바람이 몇일째 정신없이 불어된다. 그리고 하늘에다가 자신의 존재를 알리듯이 마구 낙서를 해댄다. 아마 환절기는 자연에게도 힘든 시간인가보다.
모처럼 쉬는 화요일이지만 그렇다고 딱히 대단한 여유나 먼길은 떠나지 못한다. 그리고 이렇게 또 하루를 보냈다. 언제쯤 이런 생활에서 깨어나게 될지 기약할 수는 없는듯 하다. 누군가 레드썬하고 잠든 나를 깨워주기를 바래본다. 그리고 갈수록 어둠속에 빠져들어 매일매일 빨간불이 들어오는 이 세상의 최면상태로부터 깨어나고 싶다.
숲은 항상 숨쉬고 있지만 눈으로는 볼 수 없다. 만약 우리에게 숲의 숨결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아마 잔잔한 흔들림처럼 서로의 공간을 타고가는 작은 떨림이 되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봄의 기운이 찬기운을 뚫고 서서히 겨울속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다. 그렇게 어김없이 봄이 다가오고 있다.
한방울의 비가 스치듯 지나가고, 그 빗망울이 고인물과 부딪치며, 그렇게 멈추어야 비로소 아름다운 파문으로 보여진다. 우리도 그렇게 정신없이 떨어져가다 어딘가에 부딪치며, 그 내면의 파동을 일으킬때 우리안에 숨겨진 힘이 비로소 보여질지도 모른다.